윤채중 주임과 윤태호 기사가 5월중에 출근하는 시간은 오후 3시. 아이스크림이나 껌 제조시 적정온도로 냉동기를 가동시키는 일을 하는 설비팀의 윤주임은 자격증이 6개나 되는 학구파. 그것도 모두 40대가 넘어 획득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껌 포장실 기사로 일하는 아들 윤태호 사우는 실리파. 부자는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천안 대학촌에 자리잡은 집에서 회사까지는 승용차로 10분 거리. 때로는 아버지 차로 출근을 하거나 때로는 얼마 전에 마련한 아들 차로 출근을 하기도 한다. 그도 마땅치 않을 때는 회사 통근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저는 해태에서 받은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결혼도 했고 훌륭한 집도 마련했고 아들 둘을 가르쳤습니다. 지난해, 큰아들이 해태에서 아르바이트로 두 달 동안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위의 평도 좋았고 요즘 취직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서 일할 생각이 없는지 물었더니 아들이 흔쾌히 응하더군요."
윤채중 주임의 가족은 모두 넷. 아내 임향남 씨 역시 해태제과 가족이다. 윤주임이 1974년에 처음으로 해태가족이 되었고 1976년에 임향남 씨를 만났다. '상당한 미모'를 지닌 여덟 살 연하의 임향남 씨는 윤주임과 결혼한 후 직장을 그만두었다.
해태가족이 된 지 1년이 된 윤태호 사우는 원래 해태와 인연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해태가족 문예부문 현상공모에서 시 부문 장원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신경림 시인이 그의 시를 극찬했고 상금으로 30만 원을 받았다. 윤주임 가족은 어쩔 수 없는 해태가족인 셈이다.
"아버지와 같은 회사를 다닌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아버지에 대한 평판이 워낙 좋아서 제가 잘하면 그저 누구 아들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고 못하면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잖아요. 제가 처음 입사하던 그 자세로 열심히 일해서 머지않아 '윤태호 아버지가 누구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이면 정년퇴직을 하게 되는 윤채중 주임이 공조냉동기사, 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6개나 획득한 것은 1994년에 가족들이 모두 천안으로 내려오고 나서였다. 전남 담양이 고향으로 어린 시절 서당 공부를 한 탓에 서예에도 상당한 조예를 지닌 그는 공장 내에서 '윤선생'으로 통한다. 그의 서예 솜씨는 도둑이 들어 거실에 걸린 글씨를 유명 서예가의 명품인 줄 알고 떼어갔을 정도로 뛰어나다.
"처음 천안으로 내려와서는 기숙사 생활을 9개월 가량 했어요. 아내는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천안으로 내려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지내길 원하더군요."
그때 함께 내려온 동료 열 명이 1,700평 정도의 땅을 공동으로 구입했다. 각자의 기호에 따라 집들이 하나둘 씩 세워지자 천안시의 명물로 떠올랐고 해태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해서 자연스럽게 '해태마을'이라 불리게 되었다. 택시를 타고 해태마을 가자하면 주저 없이 올 정도이고 중국집에 배달을 시켜도 해태마을 밑에서 몇 번째 집이라고 불러준다.

윤주임 가족 외에 아홉 가족이 더 모여 해태마을을 만들었던 이들은 이제 여섯 가족으로 줄었다. 이들 부부 열두 명은 한 달에 한번씩 등산을 다닐 만큼 우애도 두텁다. 지난달에는 월악산 등반도 다녀왔다. 형제처럼 서로의 집안 일을 챙겨 항상 즐겁다는 윤주임은 등산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아내와 두 아들을 거느리고 천안 주변의 광덕산, 태화산 등을 즐겨 찾는다. 산을 오를 때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장이 열린다.
아버지와 아들은 문화도 공유한다. 요즘 읽는 책은 <2004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고 최근에 본 영화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이다. 또 지난달에는 천안 유관순기념관에서 있었던 조용필 콘서트에서 마음껏 목을 틔우고 흔들어도 보았다. 모두 부모님을 위한 착한 아들의 선물이다.
"아버지와 집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산을 함께 찾아 아버지와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일에 관한 한 가만 있지를 않으세요. 저는 늘 자기계발에 멈추지 않는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정년퇴직을 준비하고 있지만 자격증보다는 가족의 사랑이 더 큰 힘이 된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앞 안서리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3층 짜리 빨간 벽돌집. 텃밭에는 쑥갓, 아욱, 고추, 상추 등이 풍성하게 자라고 잔디밭은 잘 정돈되어 있다.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부부와 두 아들이 사는 해태마을 두 번째 집에서는 항상 고소한 향이 흐르고 있다.

글┃천안공장 커뮤니케이터 장유정 yjeanne@ht.co.kr 사진┃김학리
Copyright (c) 2002 HAITAI CONFECTIONERY CO.,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