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과 납품업체간 분쟁이 최근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CJ-까르푸사건'을 포함한 두 업계간 분쟁을 집중 보도한 탓입니다.
할인점과 남품업체의 티격태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아주 고질적인 것이지요. 할인점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저가에 납품 받으려는 할인점과 적정이윤을 보장받으려는 납품업체간 신경전은 빈번하지오.
국내에서는 올 들어 자주 일어나고 잇습니다. 연초에 기자는 풀무원과 까르푸간 분쟁을 특종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특종이란 게 늘 그렇지만 우연히 이뤄지기 일쑤지요. 모 카드사 홍보과장이 평소 저에게 밥을 얻어먹은 빚을 갚겠다며 제보를 해줘서 알게 됐지 뭡니까.
저로서는 얼마 안 되는 투자(밥)로 특종을 얻은 셈이지요.
당시 풀무원은 까르푸에 납품중단과 제품회수라는 초강경책을 썼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었지요.
할인점에서 물건을 빼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겟습니까.
제보자 얘기로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풀무원 두부룰 사러 갔다가 두 회사가 싸워 물건공급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에요.
제보를 받자마자 몰래 알아봤지요. 그런데 두부만 공급중단된 것이 아니지 뭡니까.
풀무원 콩나물 등 34개 제품이 납품 중단되고, 가격인상협상에 실패한 제품이 모두 회수 됐다는 겁니다.
오줌 마려운 아이 고추 커지듯, 기사가 더 커졌습니다.
원인을 취재 했습니다. 이유는 납품가격 의견 불일치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납품 가격을 높여야 하는 납품업체와 낮춰야 하는 할인점. 여러분이 납품업체 사장이고
할인점 사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아무튼 문제는 불거졌습니다.
한국경제신문 유통면에 톱기사로 보도됐지요.
경쟁 신문들도 기사를 받아썼습니다.
그로부터 2 개월여 뒤 다시 CJ-까르푸건이 터졌습니다. 공교롭게도 다시 저에게 제보가 왔습니다. 유통업계를 출입하는 후배기자가 "CJ가 까르푸에서 철수했다는데 까르푸에서 확인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로 경로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제보는 사실이었습니다. 1면 톱기사와 3면 해설 기사로 큼지막하게 나갔습니다. 일요일이었는데 여러 다른 신문기자들이 기사내용을 확인하느라 애를 먹은 모양입니다.
CJ-까르푸 건도 풀무원과 분쟁 줄거리는 거의 같았습니다. 바로 납품가격과 판매장려금 등 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CJ는 까르푸가 요구하는 가격 수준과 판매장려금 수준에 맞출 수 없다는 것이었고, 까르푸는CJ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서로 맞서 ㅎ
협상이 깨졌던 거에요. CJ는 연간 2백억 원어치를 까르푸에 납품하는데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물건을 빼고 신규 납품을 중단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발생기사 보도 외에는 며칠 뒤 분석기사를 3회에 걸쳐 실었습니다. 이 보도가 나가자 납품업계와 할인점 유통업계에서는 많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너무 심하다는 비판적인 논평에서부터
서로서로 잘 지내지 왠 난리들이냐는 말까지,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우선 까르푸에서 반응이 왔습니다. 까르푸만 너무 나쁘게 표현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었습니다. 무슨 악연인지 까르푸 분쟁을 두번 씩이나 잇따라 보도한 기자로서는
입장이 다소 난처했습니다.
까르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야 있었겠습니까만, 기사를 읽는 까르푸 쪽에서는 섭섭했던 모양입니다. 저도 얘기를 했지요 "공교롭게도 까르푸하고 엮이네요."
까르푸도 한편으로는 안됐습니다. 만만한 게 까르푸인지 요즘 까르푸에 대드는 회사가 생겨난답니다. 까르푸가 이마트나 홈플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만만해 보인다는 것이지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시장은 약육강식의 세계입니다. 힘이 세면 누르고 약하면 밀립니다. 시장은 정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시장의 룰을 세우는 곳이고 반칙자들을 끌어내는 주심이지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해태제과 여러분에게 화두를 던지겠습니다. 여러분 회사와 제품은
강자인가요, 약자인가요, 또 여러분은 강한 직원입니까, 약한 직원입니까. 저도 제 자신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