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味 > 가족은 나의 힘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역할은 지대하다. 가족 그 자체의 역할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서로에게 주는 의미 때문이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린 가장에게 포근한 휴식을 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족을 위해 멋진 이벤트를 선사할 기회를 주기 위해 직원가족 테마여행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 상을 벗어나는 데서 의미를 찾자는 취지로 서울에서 가까운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로 정했다. 최근 조성된 곳이지만 여러 매체에 회자될 만큼 유명한 곳, 예술마을로 떠나는 예쁜 가족을 따라 나섰다.
 
1995년 12월 대학원 다닐 때 처음 만나 1998년 2월 7일, 박사과정인 두 사람은 한창 공부를 해야 하는데도(노 사우는 결혼하면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맹세했다 한다)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정말이지 단 한번도 다툰 일이 없다는 최강 커플, 연구소 식품안전연구팀 노중섭 사우 가족은 이 시대가 원하는 베스트 패밀리다. 이벤트 대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서너 번쯤 홍보팀에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확인을 했다. ‘누가 연구원 아니랄까봐 무지 꼼꼼하구만’ 하는 생각을 했다. 꼼꼼하지도 치밀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그에게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그토록 꼼꼼한 사람이라면 일도 똑 부러지게 잘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앞에서 부인 안은숙 님, 딸 지성(7), 아들 건우(6)를 만났다. 아들 둘도 좋고 딸 둘도 좋지만 딸과 아들을 하나씩 둔 사람들은 말한다. 환상적이지 않냐고. 나름대로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일단 공감한다. 네 얼굴이 만들어내는 가족이라는 그림이 내 맘에도 쏙 들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과 노는 것도 좋지만 아빠, 엄마와 함께 김밥 싸들고 야외로 가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닌 만큼 아이들은 고함을 지르며 한껏 들떠 있다. 차가 날지 않고 달리는 것이 이상할 만큼. 노 사우 부인도 옷차림에서 봄내음이 피어오를 만큼 들뜬 기분이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남편이 회사에서 인정받아 가족이 사보에 등장하게 되었는데 말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지성이를 위해 여러 번 오버하는 노중섭 사우, 1등 아빠가 되기가 쉬운가?
파주로 가는 길에 노 사우에게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생뚱맞은 질문이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쉽게 생각하라고 안심시켰다(안어벙을 생각했다. ‘귓불’이라고 말하는 그 표정을…).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핸들을 몇 번 두드리더니 ‘편안함’이라고 대답했다. 나도 입을 쫑긋 내밀고 그가 말한 ‘편안함’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했다. 그는 예술이란 보는 사람이 편안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 대답인지라 나는 쉽게 그 말에 공감했다. 봄이 오는 길을 달리며 앞자리에서 별 시덥잖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뒷자리에서 엄마와 장난치는 두 아이의 목소리는 종달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닮아 있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부모들의 고유한 몫이며 즐거움이다.
헤이리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지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라 그랬을 것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흙내가 훅 풍겼다. 골짜기를 돌아다니는 바람이 몰고다니는 듯했다. 얼마 만에 맡아보는 흙내인가? 매연과 먼지 속에서 간혹 인공향으로 위로받던 후각을 맘껏 풀어놓는다.
사진 촬영을 하기로 한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로 향했다. 과자회사치고 과자, 아이스크림을 막론하고 딸기를 배제한 회사가 없을 만큼 딸기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이다. 그 딸기를 테마로 꾸며놓은 공간이라니 자못 궁금해졌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제일 먼저 아이들을 반긴 것은 멀리서도 보이도록 커다랗게 만든 캐릭터 인형이었다. 만화에서나 보았음직한 인형들이 저마다의 특징을 살려 익살스럽거나 혹은 재미있게 방문객들을 반겼다. 딸기로 만든 앙증맞은 안내판 앞에서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아이들이 소리내어 웃는다. 봄은 이 아이들의 웃음과 표정이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전문 작가를 기용한 사보 사진이라는 게 찍어본 사람은 알지만 그리 녹록하지 않다. 다행스럽게 부모를 닮은 아이들 표정이 환했다. 어른들은 종종 힘들어하는 표정을 들키고는 했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미소를 한없이 뿜어냈다.
‘딸기가 좋아’의 핵심은 커다란 보아뱀 쿠션이 놓여 있고 사이사이로 알록달록한 볼이 가득한 대형 볼풀 놀이방이다. 딸기만의 귀엽고 컬러풀
한 이미지가 아이들의 꾸밈없는 미소와 겹치는 순간,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났을까 드디어 사진작가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눈빛 위로 혀를 쏙 내미는 어른들 얼굴빛이 살짝 스쳤다. 아침부터 들떠 배고픈 줄 몰랐던 아이들이 배가 고픈지 간식을 찾았다. 스낵코너 ‘딸기가 좋아하는 빵집’에서 집에서 싸온 김밥을 먹고 나자 영화마니아인 노 사우는 가족을 씨네팰리스(이용시간: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30분 (월요일 휴관, 3월~10월)* 단체예약:031-957-0636, 프로그램 신청:02-422-8111(424))로 안내했다
영화는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달아주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의 추억을 선사한다. 영화에 대한 추억 한두 개쯤 없는 부부가 어디 있겠냐만 연애시절 개봉 영화는 거의 다 봤다는 노 사우 부부는 옛 추억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씨네팰리스를 소개한 것을 보고 한번쯤 찾고 싶었는데 가족과 함께 찾아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지난 2월 5일 오픈했다는 영화박물관 씨네팰리스는 국내 최초의 영화자료 박물관이다.
1층에는 최근 영화인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영화캐릭터를 전시해놓았고 2층에는 근대영화 포스터 등을, 3층은 야외전시관으로 꾸며놓았다. 중앙 정원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전시관을 환하게 밝혀주어 둘러보는 이들을 포근하게 했다.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이 가족의 평소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다. ‘딸기가 좋아’가 건우와 지성이를 위한 놀이터였다면 ‘씨네팰리스’는 엄마와 아빠를 위한 궁전이었다.
다행히 이번 가족여행은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듯했다. 사진 찍느라 시간에 쫓겨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다시 둘러보고 평소 나누지 못했던 가족들의 얘기를 나눌 것을 권했다. 남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아이들과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저 통통거리는 발걸음이 언제까지나 변치 않기를 빌었다.
 
⊙ 헤이리 마을이 생긴 것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고 문화와 일상이 소통하는 공간을 희망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이곳에 15만 평의 땅을 함께 일구면서부터다.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헤이리에 집과 작업실, 미술관과 박물관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헤이리’라는 이름은 이곳에 전해져오는 전래농요인 ‘헤이리소리’에서 따왔다.

⊙ 헤이리 예술마을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키면 된다. 창작자는 창작을 해야 하고, 창작자가 아닌 사람은

문화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서점이나 갤러리, 음악감상실이나 전시관 등 문화 비즈니스의 아이템은 다양하다. 해서 이곳의 건축물에는 전시관과 작업실, 그리고 주거공간이 함께 있다.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함께 공유하는 일이 모두 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 헤이리 가는 길 | 자유로에서 문산 방면으로 파주출판단지를 지나면 왼편에 통일전망대가 보인다. 그 곳을 지나치자마자 오른쪽 이정표 ‘예술마을 헤이리’를 보고 성동IC로 빠져나와 첫 번째 성동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헤이리 1번, 4번 게이트로 들어설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하철 3호선 대화역 3번 출구로 나와 헤이리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평일에는 하루 5회, 주말과 휴일에는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해 한 시간, 혹은 한 시간 30분 간격으로10회 운행되는데, 하루에 한 번, 2호선 합정역 9번 출구 앞에서 헤이리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으므로 홈페이지(www.heyri.net)에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가정의 달을 맞아 다음 호 주제는 ‘3대가 함께 떠나는 제주도’입니다.
5월말 출발 예정(변동 가능)이고 1박 2일간 진행되며 교통비·숙박비는 지원합니다.
사진작가가 동행,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촬영, 가족사진을 선물로 드립니다.
⊙ 7·8월호는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에버랜드 캐러비안 베이로 갑니다.
⊙ 해태존(htzone.ht.co.kr) 내 ‘커뮤니케이션 마당’ 게시판에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