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계절은 봄. 이 봄에, 니트 한
장을 걸치고 어디로든 가고 싶은 당신.
그러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모 CF의 표어를 실천하기에는, 그래서 어딘가 무작정
떠나기에는 두고 온 일상이 걱정스럽다.
그나마 짙은 어둠 속에서 볼 수 있는 한 편의 공연이 심심한 위로가 되어줄 것 같다.
짧은 시간이나마, 작품 속 어디든 가 볼 수 있으니까.
만일 지금 당신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뮤지컬 <I Love You>를
보길 권한다. 2시간 동안 단지 네 명의 배우가 예순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들로
분하여 스무 편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뮤지컬 <I Love You>.
지난해부터 연강홀에서 장기 공연중인 이 작품의 제목만 염두에 둔다면 진부한
사랑의 신화를 재확인하는 멜로드라마나 눈물을 찔끔거리게 하는 신파를 연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은 버려도 무방하다. 이 작품은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에서부터 이별의 후주곡이 울려 퍼질 때의 착잡함까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이야기한다.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은 완벽하지만
그래도 아쉽다는 내용의 경쾌한 작품 <I Love you>. 사랑의
절정에 오른 연인이건, 권태기에 빠진 부부이건 사랑을 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작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고 볼 만한 공연마저 없는 건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보면 더욱 의미 있을 공연, 뮤지컬 <메노포즈>를
추천한다. 폐경기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메노포즈(Menopause)에서
알 수 있듯 <메노포즈>는 폐경기로 접어든 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네 명의 사오십 대
여성들이 우연한 기회에 말못할 비밀들을 서로 나누게 된다는 이 작품은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만은 아닌,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게다가 지난 해 <맘마미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박해미, 전수경, 이경미가 출연한다니 더욱 흥미진진하다.
공연도 보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맥주 한 잔 걸치며 여자들만의 이야기를
나눠도 좋지 않을까?
애인이나 친구들과만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부모님을 위해 티켓을 예매해 드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발렌타인 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다녀왔습니다>는
녹녹하지 않은 인생살이를 견디게 하는 힘이 바로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다. 늘 사랑하고 사랑하지만, 막상 사랑한다 표현하는 일은 어색하기만
한 가족. 막이 내리면 부모님 손을 아무 말 없이 그냥 꼭 잡아드리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다 아실 것이다. 우리 자식들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부모님을 모시고, 혹은 친구들과 함께, 아니면 애인과 단둘이… 공연은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잠시 여유를 되돌려 줄 것이다. 혹여 누구와
함께가 아니면 어떤가? 올 봄에는 나 홀로 바람난 봄처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