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을 통해 할머니에게도 엄마에게도
아릿하고 가슴 콩콩 뛰는 ‘연애’의 순간이 있었음을 일깨워준 작가 박완서는 말했다.
험난한 역사의 구비마다 치마끈을 졸라매고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친 것은 바로 여자들이라고.
그래서 한국의 역사를 지탱해 온 것은 바로 여자들의 힘이라고. 서점에 나가보면 ‘여자들의
힘’도 여러 갈래다.
서가의 자리를 널찍하게 차지한 책들은 시쳇말로 ‘섹시한’ 여자, 흔히 ‘세계를 움직이는
건 남자고 남자를 움직이는 건 여자’라고 말할 때의 여자의 힘이다.
사실 이제 이런 힘은 미사일 시대의 창과 방패 격이다.
왜 여자의 힘이 고작(?) 남자를 움직이는 것에 그쳐야 하는가?
<공주를 키워주는
회사는 없다>는 남자에게 사랑 받고 보호받으며 안온하게 살기를 꿈꾸는
‘공주’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책이다. 남성 중심 조직인 회사에서 ‘여성’으로
어떻게 ‘스스로’ 살아남을지를 꼼꼼하게 짚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50대의
언론인(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 30대
직장 여성들이 알아야 할 조직생활의 체크 포인트 74가지를 조목조목 정리해
짚어 보인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빽도 연줄도 없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저자가 터득한 스스로 살아남기의 지혜들이다.
어느 시대나
튀는 여자들은 있게 마련. 그러나 바로 그들 때문에 여성의 역사는
한 발짝 전진한 것이 아닐까. 유교적 가부장제가 철저하게 지켜지던
조선시대에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아무리 억눌러도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여성들이 있다. <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은
바로 그런 여성들의 기록이다.
옛날 여인들이 가부장적 질서와 대항했다면 현대의 여성들이 맞닥뜨린
가장 큰 적은 내부의 적인지도 모르겠다. 길들여진 남성 중심의 사고,
‘보호받고 의지하고’ 싶은 욕망,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따위들. 남다른 의지와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꿈을 이루어나가며
삶의 외연을 넓혀나가는 여성들의 기록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출간된
<피아노 치는 변호사 Next>는 완치율 50%에 불과한
임파선암에 걸려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저자가 치열한 투병
끝에 암을 극복하고 서울음대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내 인생에 의미 없는 순간은
단 1분도 없다”는 그녀의 삶의 기록은 흔히 볼 수 있는 ‘성공체험수기’와는
좀 다르다. 새로 얻은 삶에 감사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인의 삶이
아니라 사회적 삶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그녀의 노력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우먼파워’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